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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다

뜬금없는 것이 알려주는 길에 사뿐히 머물러 가는 솜사탕

뜬금없는 것이 알려주는 길에

사뿐히 머물러 가는 솜사탕


틀...
틀이 있어야 뭔가 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하기란 몹시 어려웠다.
주변에 워낙 예술가에 독특한 사람들이 많아서 나는 오히려 틀이 있는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성미산 마을에 와서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그 부류라고 여긴 건 상대적인 것이었구나 깨달았다.
틀은 바꾸어 말하면 조화와 차분한 진행과 인내, 그로부터의 성취이다.
이제 그렇게 말할 수있을 만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 모델이 몇명 있는데 지금부터 만날 솜사탕이 그 사람 중 하나이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해주는 틀과 균형감이 있는 사람은 사회에 좋은 영향이 된다고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만든다.
남앞에 나서지 않지만 자신의 방식대로 꾸준하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초석을 쌓는 사람들이다.


작은나무에서 같이 앉아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곳 참 좋아요. 작은나무와 친해진 것도 실비 덕분이었어요. 예전에 작은나무에서 작은음악회를 매주 했잖아요.
특히 실비가 노래하는 날의 선곡이 너무 좋았어요.
   릴라는 그런 면에서 그냥 들어가기가 어려워요. 일단 들어가면 공간이 따듯하고 쉬는 것 같아 되게 좋은데.
주택이고 오픈 공간이 아니어서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아는데도, 좋은 곳을 사람들이 많이 모르니까 안타까워요.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ㅎㅎ 오늘의 주인공은 릴라가 아니라 솜사탕이랍니다.
음.. 형진을 만난게 97년이니까 그전에 성미산 마을에 온 거죠?

  6년 전, 형진이를 참나무어린이집에 보내기 위해 성미산마을로 왔어요. 다른 공동육아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가족이 모여서 만든 참나무 공동육아협동조합이에요. 초창기여서 할일이 많았던 기억이 새롭네요.
   원래 형진이 아빠가 공동육아 보내는 걸 탐탁치 않아 했는데 어느날 아빠들 모임을 다녀오고 나서 놀랐나봐요. 모여있는 시간 내내 자신의 아이, 다른 사람의 아이들에 대해 얘기하더라는 거에요. 남자들이 그러지 않잖아요. 거기서 감동을 받았나봐요. 그리고 남편이 건축일을 하다보니 공동육아 터전 공사를 도우면서 완전히 친해졌죠. 지금은 공동육아 졸업하고 근처의 공교육인 성서초교에 다니고 있어요.

형진이나 남편과는 성격이 많이 달라 보여요. 솜사탕과 거의 정반대일 것 같아요.

   나는 크게 요동을 치거나 튀는 사람이 아니에요. 오히려 틀이 있으면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하지요. 인내심도 강하고요.
형 진이와 형진이 아빠는 나와 다르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쪽이에요. 자유로운 영혼 두사람과 살다보니 나 스스로 배우는 시간이었어요. 예를 들면 애를 학원에 보냈더니 혼나지 않을 만큼만 딱 잘 하는 거에요. 그런 틀에 아이를 가두는 것 같아 원하지 않으면 학원에 보내지 않게 되었어요.
   있지요, 지적하는 순간 영혼이 파괴되는.. 그런 느낌 때문에 조심할 때가 많아요.
   반대로 나는 커리큘럼을 제공해주면 그 안에서 정말 열심히 하는데 말이죠. 하하~

가족을 이루고 사는 분들 보면, 나와 다른 남편까지는 어떻게 참겠는데 아이도 그럴 때에 많이 힘들어하시더라고요. 그것에 대한 해결책을 찾느라 동분서주 하던데. 솜사탕은 어땠어요?

   어휴 정말 수련의 기간이었죠. 나와 다른 사람을, 그것도 가족이 그렇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정말 어렵잖아요. 그렇다고 내 틀에 맞춰서 변하여주지도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일종의 체념?! 체념한 뒤로 이렇게 말해요.음.. 지혜로운 체념이라고. ㅎㅎ

아하하하...체념인데 지혜롭다라. 역설적인데요. 재미있어요.




릴라의 기타써클을 한다고 할 때 반가웠어요. 뭔가 미뤄둔 마음 같은 것이 있었을까요?

   언어치료사로 이십년이 다되었어요. 심리학을 계속 공부하고 싶었는데 인연이 아니었는지 언어치료 공부로 이어졌어요. 언어의 경우 사람마다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다르기 때문에 한명 한명 공을 들여야 하고, 치료사인 나도 꾸준히 공부를 계속해야 해요.
   하는 일도 그렇고, 아까도 말했지만 틀을 만들고 꾸준히 하는 나를 돌아보면 자라면서 적극적으로 표현하거나 생뚱맞은 걸 해본 적이 별로 없어요. 살아가는데 불편하거나 자라면서 무겁고 힘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억눌린 흔적이 아닌가 싶어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뜬금없는 걸 배우거나 하겠다고 나서는 내가 있어요. 삶의 앞뒤를 봐도 전혀 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것들요.
   원래 틀 밖의 것들은 안하는 성격인데 30대 후반이 되면서 슬그머니 하기 시작하데요. 몸으로 하는 것을 너무 안하면서 살아서 그런지 재즈댄스, 악기 이런 몸으로 하는 것을 시도할 용기가 났어요.

   기타도 그런 '뜬금없는' 것 중의 하나에요. 릴라에서 기타써클을 시작한지 벌써  6개월이 지났는데요.
원 래는 현악기를 싫어하는 편이었어요. 줄을 뜯는 느낌, 소리가 별로 좋지가 않았어요. 그런데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여하튼 그 영화 내내 기타소리가 흐르는데 너무 좋았어요. 그 음악이 전환시켜준 것 같아요.
   기타를 배우는 '뜬금없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릴라의 공간이 주는 좋은 느낌과 실비의 이끄는 방식이 나랑 잘 맞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서투니까 소리도 이상하고 당황스러운데 실비는 괜찮다고 기다려줘요. 그러면 또 포기하지 않고 해보고요.


   그리고 실비처럼 안내해주는 사람이 드물어요. 사람들이 이런 길잡이가 가까이 있다는 것에 고마워해야 하는데..




그건 실비 스스로 별로 내세우질 않으니까요. 아난도도 그렇고요. 나도 뭐 그닥...셋이 모이면 맨날 하는 얘기가 대인기피증들이 사람 만나겠다고 하니 이게 말이 되냐고 키득키득 웃어요.(솜사탕이 많이 웃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아무런 목적, 생각없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정서에도 도움이 되는데, 요즘은 노래방을 가지 않으면 노래 부를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예술은 삶의 활력을 주는 것이 맞나봐요.
얘기하다보니 실비와 같이 차나 술이나 한잔 해요. 실패한 엠티 갈까요?(예의 그 여유있는 부드러운 미소)

엠티가 아니어도 술한잔 하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솜사탕은 웃음소리도 크지 않다. 다만 웃음 꽃이 핀 채로 잠깐 머물러 있다. 소리도 없이.
직업이 치료사여서인가 얘기를 들을 때 더 편해보이고, 상대방을 기다리고 있는 느낌을 준다. 먼저 얘기를 치고 나가거나 균형을 깨는 행위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터뷰어인 내가 자꾸 말을 했고 엄청난 편집을 했다. 자업자득.
힘들었던 얘기를 할 때에도 잘 정돈된 얼굴과 말로 얘기한다.
이 균형미, 아무래도 스스로 공부하고 정리하는 사람이 분명한데 그런 그녀를 '뜬금없는' 일을 저지르게 하시는 어떤 지름신이 있다면 참 똑똑하신 분이라고 칭찬해드리고 싶다.
기타를 친다던가 춤을 추는 행위는 분명 그녀에게는 일종의 일탈이겠지만 그것이 주는 다른 에너지, 생생함, 불균형을 자유로운 영혼들보다 훨씬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이용할테니 말이다.
일상을 열심히 사시다가 뜬금없이 지름신이 내려오시면 주저없이 일탈하시라고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녀처럼 조용히 우아한 미소 띄는 코스프레를 하고.(잘 안된다. 쩝)


[인터뷰, 사진 _ 삐삐롱스타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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